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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성장일기를 AI로 요약해봤더니…

by dailyrami 2025. 4. 9.

감정의 조각을 데이터로 정리할 수 있을까?

육아는 기록의 연속이다.
처음 말을 한 날, 걸음마를 뗀 순간, 처음 열이 났던 밤.
엄마들은 하루하루 아이의 표정과 말, 감정을 기억하고 싶어
휴대폰 메모장, 블로그, 다이어리, SNS에 ‘조각 같은 기록’을 남겨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기록은 너무 많아지고,
다시 꺼내 읽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많은 육아일기를 AI가 정리해준다면 어떨까?”

최근, 생성형 AI 기술의 발달로
엄마의 기록을 정리해주고 요약해주는 ‘육아 요약 도우미’로서
ChatGPT와 같은 AI가 주목받고 있다.
기억은 감정이 되지만, 기록은 이야기로 재구성될 수 있다.
직접 실험한 결과와 함께 그 가능성을 살펴봤다.

내 아이의 성장일기를 AI로 요약해봤더니…
내 아이의 성장일기를 AI로 요약해봤더니…

실험: 지난 1년간의 육아일기를 AI에 입력해보았다

나는 블로그와 스마트폰 메모장, 사진 캡션 등에
지난 1년간 아들의 성장과 관련된 짧은 기록을 모아두고 있었다.
형식은 제각각이었고, 감정도 뒤섞여 있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처음으로 ‘엄마 힘내’라고 말했다. 순간 울컥.”

“3일째 감기. 기침 때문에 밤새 안 잤다. 너무 힘들다.”

“이유식 먹다가 갑자기 입을 앙 다물고 안 먹겠다고 해서 결국 둘이 울었다.”

이렇게 100개가 넘는 단문들을 복사해
ChatGPT에게 입력했다.
명령은 단순했다.

“아래에 있는 아이의 성장 기록을 요약해줘. 감정의 흐름도 함께 포함해서.”

결과는 예상보다 놀라웠다.

AI가 만들어낸 ‘성장의 이야기’ – 감정이 선명해지다

AI는 입력된 100여 개의 문장을 분석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고, 주제별·감정별로 재구성했다.

출력된 요약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이 아이는 12개월에서 24개월 사이, 언어 표현이 눈에 띄게 발달했습니다.
‘엄마’, ‘힘내’, ‘싫어’ 등 감정이 섞인 단어를 쓰기 시작했고,
부모와의 상호작용에서 독립성을 드러내는 표현이 늘어났습니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보호자의 감정도 큰 폭으로 변화했습니다.
초반에는 육체적 피로와 수면 부족, 자책이 중심이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아이의 반응에서 위안을 얻고 감동을 느끼는 장면이 많아졌습니다.”

단순히 기능적으로 나눈 요약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읽어주는 문장이 포함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무심코 쓴 단어들 속에서
자신의 감정 변화와 아이의 성장곡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감정의 데이터화, 위로인가 왜곡인가?

AI 요약은 효율적이고 간결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는 의문도 있다.
‘감정의 기록을 요약해도 되는 걸까?’
어쩌면, 그날의 눈물과 웃음은 짧게 줄일 수 없는
그 자체로 소중한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기록은 감정을 붙잡는 행위이고, 요약은 감정의 거리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즉, AI의 정리는 기록을 없애는 게 아니라,
다시 꺼내볼 수 있게 정돈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나는 요약 결과를 다시 읽으며,
오히려 잊고 있던 순간들에 다시 감정이입을 하게 됐다.
한 줄로 정리된 아이의 성장 과정을 읽으면서,
그 하루하루의 무게가 얼마나 값졌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일상 속 AI의 역할 – 부모의 기억 정리 파트너

생성형 AI는 더 이상 전문적인 개발자만 쓰는 도구가 아니다.
ChatGPT를 비롯해 다양한 육아 앱, 다이어리 플랫폼, 메모 앱들이
AI 요약 기능을 탑재하며 부모의 기억을 ‘정리’해주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일 쓰는 육아 일기를 주 단위/월 단위로 요약해주고

아이의 말과 행동을 분류해 성장 지표를 제공하거나

‘감정 흐름 분석’을 통해 육아 스트레스 조절을 돕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 이는 기억 관리의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내 아이의 이야기를 더욱 선명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기술이 된다.

 

마무리 – AI는 기록을 도와줄 뿐, 감정은 여전히 인간의 몫

AI는 기록을 요약하고 정리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날의 온도, 아이의 눈빛, 내 마음속 울컥함까지
정확히 ‘느끼는’ 것은 오직 부모의 몫이다.

성장일기는 결국 ‘정보’가 아닌 ‘감정’의 아카이브다.
AI는 그것을 더 자주 꺼내볼 수 있는 형태로 도와줄 뿐,
그 감정을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육아 속에서 기록을 정리해주고,
잊고 있던 마음의 흔적을 되살려주는 데에는
AI라는 기술의 존재가 꽤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육아는 혼자서 하기엔 너무 크고,
기억하기엔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그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술이라는 친구와 함께 붙잡아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부모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