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이나 서비스가 AI를 통해 수집하는 정보, 어떤 위험이 있는가?
스마트폰을 켜고 앱 하나 실행했을 뿐인데, 우리는 어느새 AI에게 많은 정보를 넘겨주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검색한 물건, GPS 위치, 심지어 채팅 내용까지… 인공지능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얼마나 동의하고 있을까요?
AI가 발전하면서 데이터 수집은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종종 우리 모르게, 우리의 통제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AI와 개인정보 수집의 관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위험,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내주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정보라고 하면 이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같은 식별 가능한 정보만 떠올립니다. 하지만 요즘 AI가 수집하는 데이터는 훨씬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합니다. 다음은 AI가 수집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입니다:
위치 정보: 어디를 자주 가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검색 기록 및 웹 활동: 어떤 관심사가 있는지, 구매 성향은 어떤지
음성 및 텍스트 대화 기록: 자주 쓰는 말투, 감정, 관계성 추론
이미지·영상 데이터: 얼굴, 표정, 주변 환경, 취향 분석
건강 데이터: 걸음 수, 심박수, 수면 패턴, 생리 주기 등
이러한 정보는 단편적으로는 큰 위협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AI는 이 조각들을 하나로 엮어 ‘당신’을 완성된 형태로 재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검색 기록과 위치 정보를 조합하면 당신이 누구와 데이트하는지, 어떤 정치 성향을 가졌는지, 심지어 임신 가능성까지 추정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AI는 어떻게 우리의 ‘패턴’을 학습하는가?
AI는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모인 정보를 기반으로 ‘예측’하고 ‘추천’하며, 때로는 ‘조작’까지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SNS에서는 당신이 멈춘 시간, 댓글 단 반응, 스크롤 속도까지 측정하여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더 많이 보여줍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AI가 구매 이력을 분석해 다음 쇼핑을 유도합니다. 심지어 어떤 보험회사는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능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해서 클릭한 게 아니라, AI가 유도한 선택이라면, 그건 정말 ‘내 선택’일까요? AI는 당신이 아직 자각하지 못한 욕망까지 포착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점점 더 예측 가능한 존재가 되고, 그만큼 조작당하기 쉬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수집은 동의받았지만, 진짜 동의였을까?
대부분의 앱은 설치 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십니까?’라는 문구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개 내용을 읽지도 않은 채 ‘동의’ 버튼을 누릅니다.
이 ‘형식적인 동의’는 사실상 제대로 된 동의가 아닙니다. 일반 사용자는 AI가 그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어디까지 활용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AI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한 번 수집된 데이터가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재활용될지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많은 앱들은 동의 없이도 메타데이터나 행동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타사에 판매하거나 광고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한때 논란이 되었던 페이스북-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은, 수백만 명의 사용자 데이터가 정치 선거에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용자는 자신이 그런 방식으로 활용될 줄 전혀 몰랐습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AI 개인정보 위험들
AI 시대에 개인정보 보호가 어려운 이유는 기술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중 몇 가지 핵심적인 위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익명화의 허상
"익명으로 처리된다"고 하지만, AI는 여러 데이터를 조합해 다시 개인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 성별, 위치 정보만으로도 특정 개인을 식별하는 데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 데이터 영구 보관
한 번 수집된 데이터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서버에 저장되어 AI가 반복적으로 학습에 사용하거나, 다른 기업에 공유될 수도 있습니다.
● 딥페이크와 사생활 침해
AI는 수집된 이미지나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일반인의 얼굴로 가짜 영상을 만들거나, 유명인 목소리를 흉내 내는 기술이 이미 현실화되었습니다.
● 차별적 결정
AI가 수집한 데이터로 대출, 채용, 보험 등의 결정을 자동화하면, 과거 데이터에 포함된 편견이나 차별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AI 기술이 진보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 속도에 맞춰 스스로를 보호하는 습관과 감수성을 키워야 합니다.
앱 설치 시 권한 꼼꼼히 확인하기
위치, 마이크, 연락처 등 꼭 필요한 권한만 허용하세요.
개인화 추천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
AI의 제안이 항상 ‘최선’은 아닐 수 있습니다. 스스로 탐색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광고/콘텐츠 노출 이유 살펴보기
‘이 광고가 표시된 이유’ 같은 기능을 통해 내 데이터가 어떻게 쓰였는지 점검하세요.
AI 개인정보 수집 거부 설정 확인하기
구글, 페이스북 등은 데이터 수집을 일부 제한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어린이, 고령자 등 취약계층 보호에 더 민감해지기
자녀의 앱 사용 시 정보 보호 교육과 부모 설정을 강화하세요.
편리함과 감시 사이에서
AI는 분명 우리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은 ‘나에 대한 정보를 무제한으로 제공한 대가’일 수도 있습니다. 무심코 누른 클릭 하나, 위치 허용 하나가 결국 나를 감시하는 AI 시스템의 기초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AI 시대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정보에 대해 알고, 선택하고,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